이 달 읽은 책) 82년생 김지영

작년 말부터 페미니즘 도서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책들을 찾아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요즘 엄마들' 이라는 책에 이은 두번째 도서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

어제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 책을 사고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그리고 집에서 읽다 보니 순식간에 다 읽었다.

장편 소설이라고 하지만 책이 얇고 어려운 내용이 전혀 아니기에 그리고 여자라면 대부분이 겪었을 혹은 공감할 내용이라 더 빠르게 읽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나는 82년생도, 김지영도 아니지만 이 책의 내용의 상당 부분은 내가 겪은 일이기도 했다.

명절이나 제사를 지낼 때면 남자 친척들은 당연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앉아서 먹고 이야기 하느라 바빴고

엄마나 나, 이모, 고모들은 남자들 먹일 음식을 준비하고, 후식을 준비하고, 뒷정리를 하기에 바빴다.

이런 식으로 2n년간 살다 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 "왜 여자만 일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당연하지 않았고, 정당한 것이 아니었다.

남녀 같이 바깥일하고, 돈 벌어오고, 고생한다.

그러나 집안일과 육아는 유독 여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또 많은 사람들이(아마 가사 노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일 것이다)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그 가치를 후려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 의해 '전업 주부'는 세상 물정 모르는, 팔자 좋은, 남편 등골 빼먹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것 말고도 책을 읽다가 화가 나는 부분이 있었다.

성희롱, 성폭행 등 성과 관련된 문제, 그리고 그에 대한 대처법이다.

직접적인 폭력, 물리적인 폭력이 가해진 것이 아니라고 해서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인 접촉이 있어야만 성희롱, 성폭행인 것이 아니다.

의도적인 워딩이나 노골적인 시선 또한 성희롱이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트라우마로 남게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불쾌하다.

가해자로 향해야할 질타들이 오히려 '너가 그렇게 옷을 입었으니까 당했지' 혹은 '그러니까 왜 늦게 돌아다니냐' 라는 식으로 피해자를 꾸짖는다.

여자라는 이유로 시선강간에 시달려야 하고, 끊임없는 외모와 몸매 평가질에 휘둘려야 한다.

실제로 이 책 내용(성희롱에 관한)의 일부분이 네이트 기사(http://news.nate.com/view/20170507n08131)에 실렸고 그에 대한 반응이 가관이었다.

이런 리플들이 베스트라는 것에 놀랐고, 그만큼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소름돋았다.

앞에서는 가면을 쓰고 개념있는 척, 페미니스트인 척 하면서 실제로는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내 주위에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나 그들도 공감해주는 것, 그때그때 끄덕여주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것들을 포기하는 쪽은 여자일 것이니까.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끝까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경험을 내 미래의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다짐하게 되었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공부하자. 그리고 공유하자.